마곡사는 충청남도 공주시에 위치한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 천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한국의 대표적인 사찰 중 하나입니다. 신라 시대에 창건된 이후 여러 차례의 화재와 중건을 거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으며, 한국 불교사뿐 아니라 한국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웅보전, 대광보전, 영산전, 오층석탑 등 다수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마곡사의 역사, 문화, 건축,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천년 고찰 마곡사: 유서 깊은 역사와 찬란한 문화유산의 장
충남 공주 태화산 자락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마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서, 1,300여 년의 유구한 역사와 수많은 문화재를 간직한 천년 고찰입니다. 신라 선덕여왕 9년(640년), 당나라에서 귀국한 자장 율사가 통도사, 월정사와 함께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로, 여러 차례 화마의 시련을 겪었으나 고려 중기 보조국사 지눌에 의해 중건되었습니다.
마곡사의 유래에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자장 율사가 절을 완공하고 설법을 펼쳤을 때, 사람들이 삼(麻)처럼 빽빽하게 모여들어 '마곡사(麻谷寺)'라 불렸다는 설과, 신라 무선(無禪) 대사가 당나라 마곡보철(麻谷普澈) 선사에게 가르침을 받은 것을 기려 스승을 사모하는 마음에서 '마곡(麻谷)'이라 이름 지었다는 설입니다.
임진왜란으로 사찰 대부분이 소실되는 아픔을 겪은 마곡사는 1650년(효종 1년) 주지 각순의 노력으로 옛 모습을 되찾았지만, 1782년(정조 6년) 다시 큰 화재로 영산전과 대웅전을 제외한 1,051여 칸의 건물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1788년(정조 12년) 대광보전이 재건되었고, 1842년(헌종 8년) 영산전과 대웅보전이 개수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특히, 항일독립운동가 김구가 일본 헌병 중위를 살해하고 은신했던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마곡사의 가람 배치는 독특한 특징을 보입니다. 대웅보전(보물 제801호), 대광보전(보물 제802호), 5층 석탑(보물 제799호)이 남북으로 일직선상에 배치된 독특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그 주변으로 영산전(보물 제800호), 응진전, 명부전, 국사당, 대향각, 흥성루, 해탈문, 천왕문 등 다양한 부속 건물이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마곡사 경내에는 국가지정 보물 5점, 지방유형문화재 2점 등 수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습니다. 감지은니묘법연화경 권1(보물 제269호), 감지금니묘법연화경 권6(보물 제270호), 석가모니불괘불탱(보물 제1260호), 동제은입사향로(지방유형문화재 제20호), 동종(지방유형문화재 제62호) 등은 마곡사의 오랜 역사와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입니다.
2018년 6월, 마곡사는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1,000년 넘게 한국 불교문화를 계승하고 지켜온 종합 승원 7곳 중 하나로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의 13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함께 등재된 사찰로는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가 있습니다.
마곡사 대광보전: 조선 후기 건축 미학의 정수
마곡사 대광보전은 조선 후기 목조 건축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전각으로, 보물 제802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51년 각순대사가 대웅보전과 함께 중건했지만, 1782년 다시 화마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1788년 재건되어 오늘날까지 그 웅장한 자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자연석 기단 위에 세워진 대광보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단아하면서도 기품 있는 외관을 자랑합니다. 기둥 위에는 평방을 두고 외3출목·내4출목의 화려한 공포를 올렸습니다. 살미첨차는 3앙1수식으로, 앙서 위에는 연꽃 봉오리를, 뒷면에는 중첩된 교두 형태의 살미첨차를 정교하게 조각하여 장식성을 높였습니다.
내부 공간은 무고주·1고주·2고주가 절충된 독특한 구조를 보이며, 바닥에는 갈참나무 껍질로 만든 자리를 깔아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천장은 2단의 우물천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대들보에는 용을 그려 넣어 장엄함을 더했습니다. 서쪽에 설치된 불단에는 비로자나불상 1구를 동쪽을 향해 봉안했는데, 이는 부석사 무량수전과 유사한 배치 방식입니다.
마곡사 대웅보전: 조선 중기 목조 건축의 백미
마곡사 대웅보전은 조선 중기 목조 건축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전각으로, 보물 제80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1651년과 1842년 등 여러 차례 중수 및 개수를 거쳐 본래의 모습은 다소 변형되었지만, 여전히 조선 중기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입니다.
대웅보전은 정면 5칸, 측면 4칸의 1층과 정면 3칸, 측면 3칸의 2층으로 이루어진 중층 팔작지붕 건물입니다. 아래층은 중앙 3칸에 삼분합 띠살문을, 양 끝 칸에는 쌍여닫이 정자 살문을 달았습니다. 위층 정면에는 채광을 위한 빗살창을 설치하고, 나머지는 판벽으로 마감했습니다. 배흘림이 있는 기둥 위에는 평방을 두고 다포식 공포를 올렸습니다. 위층과 아래층 모두 3출목으로 공포를 구성했으며, 기둥 사이에는 포작을 1개씩 배치했습니다. 다만, 위층 측면 양쪽 끝 칸에는 포작을 생략했습니다.
외부 살미첨차는 3개의 쇠서가 앙서 모양을 하고 있으며, 그 위에 연꽃과 봉황 머리를 조각하여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내부 살미첨차는 장식판처럼 운궁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건물 내부에는 층마루 없이 높은 기둥들이 곧게 뻗어 있고, 천장은 우물천장으로 마감했습니다. 현판의 글씨는 김생(金生)이 직접 쓴 것으로 전해져 내려옵니다.
마곡사 영산전: 조선 후기 건축 양식의 특징
마곡사 영산전은 조선 후기 목조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는 전각으로, 보물 제800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마곡사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이며, 현판은 세조가 직접 써서 사액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자연석 기단 위에 동쪽을 향해 세워진 영산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의 맞배지붕 건물입니다. 기둥은 배흘림이 뚜렷하고, 공포는 외2출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내부에는 출목이 없고 앞면과 뒷면의 표현이 전혀 다른 주심포 형식은 다른 사찰에서는 보기 드문 특징입니다. 내부 살미첨차는 보머리 모양으로 처리했는데, 쇠서 끝부분이 안으로 심하게 말려 들어간 점은 조선 후기 목조 건축 양식을 잘 보여줍니다.
건물 내부는 높은 기둥을 배열하고 그 위에 대들보를 얹은 후 동자 기둥을 세워 종량을 받치도록 했습니다. 측면에는 2개의 높은 기둥이 직접 종량을 받치고 있습니다. 천장은 상하 2단으로 구분된 우물천장이며, 다포식과 주심포식이 절충된 형태를 보입니다. 우물마루에는 뒷면과 측면에 불단을 설치하고 그 위에 삼존불과 천불을 봉안했습니다.
마곡사 오층석탑: 고려 후기 석탑 양식의 정수
마곡사 오층석탑은 고려 후기 석탑 양식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재로, 보물 제799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높이 840cm의 이 석탑은 1782년 대광보전 화재 때 크게 훼손되었지만, 현재 화강암으로 보수되어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1972년 해체·보수 과정에서 향로와 문고리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2층 기단 위에 5층의 탑신과 독특한 상륜이 올려진 구조는 일반적인 석탑 형식을 따르고 있습니다. 상층 기단에는 양쪽 모서리에 우주가 형식적으로 표현되었고, 그 안쪽으로 둥근 형태의 기둥이 1개씩 입체적으로 새겨진 점이 특징입니다. 갑석은 높고 폭이 넓어 둔중한 느낌을 주며, 상층 기단 갑석 위에는 탑신을 받치기 위한 높은 2단 굄이 있습니다.
탑신의 옥개석과 옥신석은 각각 하나의 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옥신석은 각 층마다 양쪽에 우주가 새겨져 있으며, 1층 탑신 남면에는 문비와 자물통이, 2층 각 면에는 불좌상 1구씩을 새겨 사방불 형식을 취했습니다. 2단 받침의 옥개석은 전체적으로 곡선을 이루며 처마 끝부분의 반전이 심해 장식적인 경향을 보입니다.
상륜부에는 노반 위에 '풍마동'이라는 청동제 부재가 놓여 있는데, 3층 전각형 건축물 위에 원형 복발과 보주가 올려진 독특한 형태입니다. 이러한 상륜부 형식은 다른 석탑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희귀한 사례로, 원나라와 문화적 교류가 활발했던 고려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체적으로 체감률이 적어 다소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점과 옥개석의 심한 반전 등은 고려 후기 석탑 양식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마곡사는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한국 불교의 중요한 유산이자, 아름다운 자연과 조화된 한국 전통 사찰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입니다. 오랜 역사 속에서 수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불교 문화의 맥을 이어온 마곡사는 앞으로도 한국 불교의 중요한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