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에라폴리스: 고대 도시의 숨결, 파묵칼레와 함께하는 역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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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에라폴리스는 터키 데니즐리 인근의 파묵칼레 석회붕 위에 위치한 고대 도시 유적입니다. 헬레니즘 시대에 건설되어 로마와 비잔틴 제국 시대를 거치며 번성했으며, 특히 온천으로 유명하여 휴양 도시로서의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기독교 사도 중 한 명인 성 필립보가 순교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히에라폴리스의 역사, 주요 유적, 그리고 사도 필립보와 관련된 이야기 등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고대 로마의 휴양 도시, 히에라폴리스: 석회층 너머 펼쳐진 유적

히에라폴리스는 파묵칼레 석회층 꼭대기 뒤편, 광활한 고원에 자리 잡은 고대 도시 유적입니다. 기원전 190년경 페르가몬의 왕 에우메네스 2세에 의해 건설된 이 도시는 로마와 비잔틴 시대에 전성기를 누렸으며, 주로 왕족과 귀족들의 휴양지로 번영했습니다. 12세기 셀주크 튀르크 시대에 '파묵칼레'로 이름이 바뀌었고, 1354년 대지진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1887년 독일 고고학자들에 의해 발굴되면서 다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히에라폴리스에는 신전, 원형 극장, 목욕탕 등 다양한 유적이 남아 있으며, 발굴된 유물들은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현재도 수리와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이며, 유적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려면 하루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태양신을 향한 경배: 아폴론 신전

아폴론 신전은 헬레니즘 시대인 2세기에 건축된 유적으로, 현재는 기단만 남아 있지만 당시에는 도시의 중심이자 상징과도 같았습니다. 히에라폴리스의 주신이자 태양신인 아폴론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신전에는 아폴론과 쌍둥이 남매인 아르테미스 여신, 지진을 관장하는 포세이돈 등 중요한 신들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특히, 신전은 '플루토니온(Plutonium)'이라 불리는 유독 가스 분출 구멍 위에 세워졌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고대 지리학자 스트라본은 그의 저서에서 새를 유독 가스에 던져 넣으면 곧 떨어져 죽었다고 기록했습니다. 아폴론 신전의 신관들은 이 구멍에 몇 분간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며 가스를 마시고 최면 상태에서 아폴론의 말을 전하는 신탁 의식을 행했습니다. 사람들은 이 동굴을 지하 세계로 통하는 길이라고 믿었고, 신관의 행위를 신과의 소통으로 여겼습니다. 후에 이 가스는 일산화탄소로 밝혀졌습니다.

1만 5천 명의 함성: 웅장한 원형 극장

2세기 하드리아누스 황제 시대에 건설된 원형 극장은 1만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언덕 경사면을 활용하여 지어진 이 극장은 파묵칼레의 아름다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특히, 귀빈석에는 대리석 기둥으로 파사드를 만들고 각 기둥에 조각상을 세워 화려함을 더했습니다. 이 조각상들은 현재 고고학 박물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순교자의 넋을 기리며: 성 필립보 순교 기념 교회

성 필립보 순교 기념 교회는 원형 극장 건너편 산중턱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기 80년 도미티아누스 황제 시절, 이곳에서 딸과 함께 포교 활동을 하다가 돌에 맞아 순교한 것으로 알려진 성 필립보를 기념하기 위해 5세기경 그의 무덤 위에 세워졌습니다.

 

이 교회는 중앙에 2개의 십자가를 어긋나게 겹친 팔각형 건물을 중심으로 9개의 방이 있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1년 7월, 고고학팀은 교회 건물 잔해에서 필립보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유적을 발견했습니다. 무덤 내부 구조와 글 등을 통해 사도 필립보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기존에 알려진 무덤 위치와는 약 40m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고대의 공동묘지: 네크로폴리스

히에라폴리스의 네크로폴리스는 터키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고대 공동묘지입니다. 약 1,200기에 달하는 무덤은 당시 병을 치유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던 수많은 환자들이 사망하면서 조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대에 따라 아치형, 2층 건물형, 원형 분묘 등 다양한 형태의 무덤들이 남아 있어 당시의 장례 문화를 엿볼 수 있습니다.

12사도 성 필립보: 히에라폴리스와의 인연

히에라폴리스는 예수의 12제자 중 한 명인 사도 필립보와 깊은 인연이 있는 곳입니다. '말(horse)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이름 '필립보'는 예수의 부름을 받아 제자가 되었지만, 처음에는 예수를 온전히 믿지 못하고 여러 번 깨우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예수의 죽음 이후에는 사도로서 복음 전파에 헌신했습니다. 주로 흑해 서부 스키티아 지방에서 선교 활동을 했고, 말년에는 소아시아의 히에라폴리스에서 지내다 십자가에 매달려 돌에 맞아 순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그의 나이는 87세였습니다. 사도 필립보의 유해는 이스탄불로 이장되었다가 다시 로마에 있는 12사도 성당으로 옮겨졌습니다.

 

히에라폴리스는 고대 도시의 번영과 쇠락, 그리고 재발견이라는 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입니다. 파묵칼레와 함께 방문하여 고대 도시의 흔적과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특히, 사도 필립보와 관련된 역사적, 종교적 의미는 기독교인들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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